일시: 08. 12. 20(토) 11:00 ~ 17:10
코스: 수유역 - 도선사 입구 통곡의벽 갈림길 - 하루재 - 인수대피소 - 백운대피소 -
위문 - 백운대 - 노적봉아래 쉼터 - 용암문 - 동장대 - 대동문 - 보국문 50m전 -
칼바위능선 - 구천폭포 - 아카데미 하우스 - 수유역
소요거리: 약 8.5km
북한산 등산코스 지도
매표소 앞 이정표
그리도 가고자했던...
오르고 싶었던 북한산 백운대를 드디어 오르게 되었다.
수유역까지 지하철로 약 1시간 30정도를 이동하여 수유역에서 택시를 타고
기사분이 안내해준데로 들머리인 통곡의벽 앞에 도착하니 11시가 다 되어간다.
옷 매무시를 고치고 랑과 함께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이정표를 보니
백운대까지 3.2km란다.
이거 별거 아니구만...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있는데...
어제저녘 살짝 흩뿌린 좁쌀눈과 쌀쌀한 날씨 탓인지 도선사 옆으로의
소박한 능선길에는 몇몇산객들만 있을뿐 비교적 한가한 편이다.
도선사를 스쳐지나 하루재로 올라가는길
여는산과 다르지 않는 평범한 너럭돌길을 가볍게 지나는데
제법 옷을 껴입은 탓인지 등에서 땀도 나고
헐벗은 나무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오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발걸음도 가볍다.
랑과 함께 다정히 인수봉을 배경으로 한컷!
한시간여쯤 가볍게 도착한 하루재.
시원하게 몰아치는 잿바람과 함께 흰 도넛가루 묻혀 놓은듯한 암봉이 확 다가온다.
그 이름도 유명한 인수봉이란다.
황홀하다.
눈속에 파묻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흑갈색의 바위속살을 드러내지도
않는 살짝 분가루로 단장한 아름다운 모습이다.
오색딱따구리의 아름다운 자태....사진도 잘찍었지요?
하루재에서 인수봉을 감상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인수봉아래 안부에 인수대피소가 나온다.
그런데 불이 꺼져 있는데 사람이 없는것 같다.
벌써 방학을 했나? 하산한 모양이다.
느긋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디선가 "딱 딱 딱" 나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오색 딱따구리다.
우리의 백운대 첫 산행을 반겨라도 주듯이 열열히 부리를 쪼아데며 환영해 준다.
이런 행운이 다있나....
인수봉아래 돌계단
환영을 받아 들뜬 기분으로 오르다 보니 돌계단이 보인다.
인수봉 아래부분 바위슬랩에 인공으로 돌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눈과 얼음이 살짝 덮여 있어 이곳부터는 아이젠을 착용해야 했다.
선견지명이 있었던지 울랑 전날 아이젠을 준비하라기에 챙겨왔지.
걸음이 다소 어정쩡하지만 아이젠 철핀과 바위와의 마찰음이 제법 흥겹게 들린다.
이제 백운대까지 얼마 남지 않은가 보다.
아늑한 곳에 백운대피소가 자리하고 있는데 제법 산객들이 붐빈다.
하기야 아무리 날씨가 좋지 않다지만 우리 민족의 영산인데....
대피소 앞 마당 탁자에 자리를 펴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있는데
아까부터 녹색 반지를 끼고 있는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무리의 남자중에
한사람이 랑에게 다가와 묻는다.
" 몇기세요" 남편의 녹색반지를 보고 물어봤음이리라.
랑과 기수를 주고 받으며 동기생이라며 잠깐 그쪽 테이블로 랑을 데리고 가더니
과메기 안주에 막걸리 한잔을 따라준다.
술도 많이 못마시는 랑이지만 동기생이 주는거라 그런지 넙죽 잘도 받아 마신다.
그러더니 나에게도 맛을 좀 보라며 과메기를 김에 싸서 건네 준다.
울랑 상당이 기분이 좋은가 보다.
위문에서 바라본 백운대 벼랑길
이제 점심도 먹고 술도 한잔 했겠다 한번 올라가 볼까나.
제법 버거웁게 기를 쓰며 오르다 보니 어느새 백운대아래 위문(衛門)에 도착 했다.
북한산성에는 여러개의 통문이 있는걸로 아는데 오늘 산행구간중 첫번째 산성문이다.
좌로는 만경대를 우로는 백운대를 아우르는 그야말로 요지이다.
고개를 들어 우리가 올라 가야할 백운대를 바라보니
가슴이 콩닥콩닥.... 다리에 힘이 빠지고...
머리가 어질어질.........그래도 마음만은 설레인다.
말로만 듣던 백운대인데 더구나 믿음직한 랑이 함께 하는데 무서울게 없다.
자 힘을내서 한걸음씩....
바로 앞의 노적봉과 저멀리 문수봉을 배경으로 또 한컷...울랑의 들뜬 모습도...
어찌어찌 긴 팔을 뻗어 쇠난간을 잡아당기고 아이젠으로 무장한 등산화를
바위틈에 끼우며 용을쓰다 가까스로 백운대 정상에 도착했다.
아~ 이 기분을 뭘로 표현해야 하나... 탄성이 절로 난다.
남으로 저멀리 문수봉과 의상능선의 봉우리들이 보란듯이 도열되어 있고
동으로는 만경대, 서쪽으로는 염초과 원효봉
그리고 북쪽으로는 인수봉이 늠름하게 버티어 있다.
아 그리고 바로앞의 노적봉의 웅장한 모습도....말이 필요없다.
이것이 장관인것을...
그림같은 오봉
아차! 인수봉 너머의 오봉의 수려한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이다.
만경대의 아기자기한 모습
인수봉의 준엄한 위용
바로앞의 노적봉과 저 멀리 왼쪽부터 보현봉 문수봉 나한봉 나월봉
증취봉 용출봉 의상봉 그리고 그뒤로 응봉능선
소나무 아래서 담아본 원효봉(좌)과 염초봉
잠시 백운대에서의 황홀경을 뒤로하고 노적봉으로 향하는데
백운대 내려오는 길이 이거 사람 죽인다.
원래 올라가는 길보다 내려가는길이 더어려운 법인데
더구나 바위까지 얼어붙어 있으니....
랑은 베테랑인것 같은데도 조심조심인데 난
그래도 올라갈때보다 조금 쉬운것 같다.
하지만 조심해야지.
아쉬움에 자꾸만 뒤돌아본다.
소나무 아래서 백운대 아래쪽을 보니 염초봉과 지난 여름에 친정식구들과 함께
올라썼던 원효봉이 그림처럼 놓여있다.
웅비하는 동장대와 까치한마리
가벼운 마음으로 노적봉과 용암문도 지나고
새로이 단장하고 있는 산성길을 따라 대동문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하늘로 날아갈듯한 동장대가 버티고 서있다.
수많은 난(亂)을 겪으며 적들을 물리쳤던 옛 장수의 의연한 모습이 스크린 되어 온다.
큰칼을 옆에차고 수염을 휘날리는... 이것은 이순신 장군의 모습인가?
아이러니 하게 오늘날에는 한마리 까치가 지붕위 한중앙 피뢰침에 걸터앉아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다. 마치 자신이 지휘하도 하고 있는양....
대동문으로 가는 성곽길로의 늠름한 랑의 뒷모습
목숨 내어 놓고 올라섰던 칼바위 정상(성곽쪽에서 올라와야 함)
대동문을 지나 보국문을 한 50m 앞에 두고 성곽을 들어낸 쪽문을 통해
마지막 코스인 칼바위 능선길로 들어섰다.
칼바위 능선이란 명칭이 괜시리 붙은게 아니라는걸 증명하듯
서남아시아의 반달형 칼인 '크레이'의 칼날같은 능선길이
지금까지의 자랑스럽게 정복했던 마음을 주눅들게 만들어 버린다.
코스는 짧지만 안전설치물이 전혀 없고 바람도 딴 마음인양 메몰차게 불어대는데
넘어야할 바위는 높다랗게 보이고... 오금이 저리고 눈 앞이 아찔하다.
"정신차려~" 먼저 올라섰던 울랑의 걱정스런 외침에 가까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바위틈을 으깨지듯 움켜잡아 혼신의 힘을 다해 드뎌 올라섰다.
'글도 헛나올라 그러네'
다정하게 포즈를 취해본다(멀리 북한산의 세봉우리인 삼각산을 배경으로)
떡가루 같은 힌눈으로 살짝 뒤덮인 칼바위 능선길은 글자 그대로 장난이 아니다.
아이젠을 착용한 탓인지 허리도 아프고 발도 시큰거리지만
북한산을 내려서야만 하는 시간이기에 자꾸만
아쉬움이 발을 붙들어 뒤돌아본 삼각산이 아쉬움 탓인지
더더욱 절경으로 비쳐진다.
칼바위 능선의 일부
이제 이 소나무 뿌리가 얽혀있는 바위능선을 내려가면 칼바위 능선은 끝이나고
갈래길에서 왼쪽길을 따라 약 1.7km만 가면 오늘의 들머리인 아카데미하우스다.
그러면 산아래로 빼곡하게 들어찬 콘크리트 건물들과 다시 만나게 되리라.
근 6시간을 넘게 우리나라의 명산인 삼각산
(북한산은 백운대와 인수봉 만경대의 세 영봉이 삼각으로 이루져 있어
예로부터 삼각산이라 칭하였다 한다)을 가슴에 품고 스릴을 느끼며
또 정복하며 함께 호흡할 수 있었다는게,
뭔가 모를 자랑스러움과 뿌듯함과 성스러움이 머리속에 스며든다.
산타는 재미를 느끼기에는 아직 초보이지만 랑이 항상 함께해줘서
재미를 더해가는것 같다.
부부가 같이 취미를 함께 즐길수있다는것에 항상 감사한다
오늘도 무사히 산행을 마칠수있게 옆에서 함께해준 랑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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