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양평의 백운봉...
2010년 10월 16일 토요일.
오랜만에 산행다운 산행을 하는날...
오늘 오를곳은 저멀리 뽀족한 모양의 백운봉.
백운봉 오르는곳도 여러곳이지만 오늘은 사나사라는 절을 경유하는 산행.
사나사 입구.
왼쪽 사나사 절로 시작하는 4코스...
양평의 계곡물은 언제 들어도 힘차다.
사나사 절에서 시작해 장군봉 방향으로 향한다.
역시 백운봉 산행은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일년만에 보는 으름열매.
5년전 이곳을 찾았을때 처음 본 으름열매.
맛은 바나나 맛인데 씨가 엄청많다.
계곡사이로 단풍나무잎이 알록달록한 고운옷으로 갈아 입었다.
어릴적 입었던 색동한복이 생각난다.
11시 40분 늦게 시작한 산행에 어느덧 밥때가 된듯 뱃속에서 연신 밥달라고 울부짖는다.
간단하게 김밥 2줄과 따뜻한 국물이 필요해 컵라면 1개,
그리고 올망뎅이 묵한접시와 산행에서 필수인 막걸리 한병.
랑하고 둘이서 조촐한 가을만찬을 만끽해 본다.
꼭대기 정상에 오르니 장군봉까지는 600M.
갔다가 되돌아오기 뭐해서 오늘은 그냥 백운봉으로 gogo~~~
장군봉을 지나면 바로 양평의 용문산이다.
백운봉보다 용문산이 더 가까운 거리라 가고는 싶었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백운봉으로 향한다.
함왕봉을 지나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위가 제법 멋진조각작품처럼 보인다.
산행하기에 딱 알맞은 오늘의 날씨에 감사한 마음뿐이다.
백운봉의 구절초...
높은 산능선에는 벌써 겨울이 다가오는듯 나뭇잎이 누렇게 떨어져 있다.
떨어져 있는 누런 나뭇잎을 밟고 지나니 왠지 마음이 쓸쓸해진다!!!
랑이 손가락으로 가리곳을 보니 상황버섯이 보인다.
이제 자리를 잡고 자라기 시작했다.
상황버섯 ... 찜했으...
예전에는 백운봉 오르는 바위 모두가 밧줄로 되어 있었다.
그때는 현경이 재경이를 데리고 힘들게 올랐는데 지금은 이렇게 계단으로 되어있다.
계단일때 아이들을 데리고 왔으면 쉽게 올랐을텐데
밧줄잡고 오르느라 고생해서 그런지,
그후로 등산가자고하면 아이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드디어 백운봉 정상....
정상에서의 기쁨을 맛보며 커피한잔을 마셔본다.
힘들게 내 자신과의 싸움을 하며 올라서 그런가 정상에서의 기분은 뿌듯하다.
내려갈때는 두번정도 올라왔던 곳으로 가는데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서 그런가
가끔 산행길이 끊겨서 헷갈린다.
헷갈리는 하산길을 택한 이유는 바로 요 석이버섯때문이다.
3년전 처음으로 바위에서 랑의 해박한 지식으로 석이버섯을 처음 발견.
그래서 간만에 오른 백운봉이라 이번에도 석이버섯을 따려고 온것이다.
시간가는줄 모르고 지체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간다.
저멀리 정상인 백운봉을 바라보고는 발길을 재촉하며 내려간다.
간혹 산행인들이 나무에 매단 표시를 보며 내려가는데 금새 날이 어두워져
길을 잃어버렸다.
난생처음으로 오늘의 산행에 투정도 부리고 눈물도 찔끔거린적은 처음.
발걸음을 재촉하며 내려오다보니 발도 접질리고 바위에 부딪혀
나의 다리는 멍과 글킨 상처로 엉망이 되었지만,
빨리 내려가야한다는 마음에 아픔도 잊고 랑의 뒤를 따랐다.
다행히 랑의 노련함에 어두운 산길을 잘 찾아 6시30분이 되어서 내려왔다.
내려옴에 안도와 함께 눈물도 함께 흐른다.
산행인들의 발걸음이 많지않아서 내려오는 바윗길이 나뭇잎으로 덮혀있었는데
앞서 걷던 랑은 자상하게 나뭇잎을 쓸며 나의 길을 안전하게 살피는 모습에
랑의 사랑을 느꼈던 하루.
오늘의 산행은 희노애락을 모두 느꼈던 그런 산행이였다.